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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폐지 유예' 극단 대치… 법조계 '공멸'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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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leesy@lawtimes.co.kr 입력 : 2015-12-09 오전 9:02:31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97236&kind=AF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를 발표한 이후 빚어지기 시작한 갈등이 법조인 간의 유례없는 고소·고발전으로까지 이어지며 파국(破局)으로 치닫자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커지고 있다. 사시 존폐를 둘러싼 반목과 갈등이 일반 국민의 눈에는 '밥그릇 싸움'으로도 비칠수 있는 만큼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법조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홍훈(69·사법연수원 4기) 전 대법관은 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법조계가 양 극단으로 갈려 내부에서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서로 조금씩 양보해 법학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강(72·사시 5회) 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사시 제도나 로스쿨 제도나 모두 장단점이 존재한다"면서 "대한변협이 회원들의 의견을 공평하게 수렴해야 하는데 다소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로스쿨생, 집단 자퇴서 제출
1인 릴레이 시위 돌입

대형로펌의 한 대표변호사는 "법률소비자인 국민들은 사시 출신이든 로스쿨 출신이든 고품질의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면 족하다"며 "이번 논란으로 국민들이 법조인을 자신의 기득권만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익집단으로 오해할까 두렵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양측이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며 "법조인의 상징인 합리적 이성에 근거해 공론의 장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형로펌의 대표변호사도 "너무 자신의 입장만 부르짖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과도한 방법을 동원하다보면 어느 쪽도 승복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며 "보다 나은 법조인 선발·양성제도를 위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상대방의 목소리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사시 폐지 4년 유예' 발표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가 발표 하룻만에 최종적인 안이 아니라며 관계기관 등의 협의를 통해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고 물러섰지만 극단적인 갈등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고시생 삭발 시위…
'사시존치' 법안 지연 헌법소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은 '사시 폐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고 7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 등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로스쿨학생협의회(회장 이철희)는 이날 성명을 내 "법무부는 사시 폐지 유예 입장을 철회하고, 김현웅 장관은 전국민적 혼란을 야기한 법무부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10일 법무부 앞에서 전국 로스쿨 재학생 총회를 열고, 11일에는 교육부와 법원행정처를 찾아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법협, 河협회장 고발…
법정싸움으로 비화 조짐

고시생들은 '사시 존치'를 주장하며 같은 날 삭발 투쟁과 헌법소원으로 맞불을 놨다. 사시 수험생인 박정민(35), 박원호(30·여), 김종근(24)씨는 7일 서울대 정문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법무부의 사시 폐지 유예 방안에 대해 서울대 로스쿨생들이 수업과 시험을 거부하고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면서 사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같은 행태는 사시 폐지 후 서울대 로스쿨만의 법조엘리트를 구축하겠다는 집단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시 수험생 106명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사시 존치 법안에 대한 심의와 표결을 지연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법조인 간의 고소·고발전도 벌어지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법조인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회장 김정욱)는 8일 하창우(61·15기)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법협은 "하 협회장은 '대한변협의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정치권 로비 의혹'과 관련한 감사의 자료제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감사를 하지 못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사시 존치를 위해 대한변협을 사조직처럼 운영하고 여론을 호도한 하 협회장은 국민과 변호사, 로스쿨 학생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로 냉정 되찾고
공론의 장에서 해법 모색해야"

이에 대해 하 협회장은 "한법협 측의 주장이나 고발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한변협은 정당한 감사 행위를 방해하거나 협박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고발장을 제출한 한법협을 무고죄로 고소할 계획"이라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 안대용·이승윤·손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