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에 소송기록 접수 통지 않고 내린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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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에 소송기록 접수 통지 않고 내린 판결…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 통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판결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이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타인의 체크카드를 이용해 계좌에서 2500만원을 빼돌린 혐의(컴퓨터등사용사기 등)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이모(29)씨에 대한 상고심(2015도2046)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소송기록 통지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3일 사건을 대구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소송기록접수 통지는 상소심 법원이 소송기록과 증거물을 원심법원으로부터 송부받으면 항소인 등에게 알려주는 제도를 말한다. 통지 전에 변호인이 선임돼 있으면 변호인에게도 통지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은 소송기록 통지를 받은 후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2 제1항이 피고인과 별도로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하도록 한 취지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선변호인에게 피고인을 위한 항소이유서를 작성해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부가 이씨의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을 접수했다는 통지를 해주지 않는 바람에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수 없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판결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작성해 제출한 상태에서 이씨가 사건을 다시 판단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2011년 어릴 때부터 알고지내던 최모씨에게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 함께 배팅하자'고 권유해 최씨로부터 은행계좌 체크카드를 받은 뒤 이를 이용해 2500만원을 이체시켜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씨는 1심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고 이후 검찰이 이씨의 특수절도, 장물알선 등의 혐의를 추가로 기소하자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들을 병합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병합 후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 통지를 하지 않았고, 이씨는 직접 자신이 작성한 항소이유서를 기초로 재판을 받다가 1년6월을 선고받았다.
홍세미 기자 sayme@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