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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한센인에 낙태·정관수술 강요… 국가, 56억원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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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낙태와 단종(정관수술)을 강요한 국가가 56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광주고법 순천지원에서 같은 피해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심우용 부장판사)는 1947년~1986년까지 국가가 강제로 낙태·단종 수술을 실시한 한센인들 20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1가합108342)에서 "강제 단종 피해자 171명에게는 3000만원씩, 강제 낙태 피해자 12명에게는 4000만원씩 지급하라"며 12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센병이 강제 격리정책을 유지할 정도의 특별한 질환이 아닌데도 국가가 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을 격리해 한센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고 한센인들에게 열등감, 외부사회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줬다"며 "국가는 반인권적·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센인들에 대한 정관절제 수술이나 임신중절 수술이 당사자의 동의나 승낙에 따라 이뤄졌다 해도 정당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는 1937년 일제 강점기 때부터 한센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강제 정관수술을 해방 이후 폐지했다가 1948년부터 소록도 내 부부들에게 다시 시행했다. 또 임신을 한 여성은 강제로 낙태를 시켰다. 이 제도는 1990년도까지 소록도를 비롯해 인천 성혜원, 익산 소생원, 칠곡 애생원, 부산 용호농원, 안동 성좌원 등 내륙에 설치된 국립요양소와 그 정착촌에도 그대로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한센인총연합회 측에서 추산하는 단종·낙태 피해자들은 650명 정도다. 2011년 전남 순천에서 19명이 첫 소송을 제기한 뒤 나머지 피해자들은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이날 판결은 서울중앙지법에 계류 중인 여러 건의 소송 중 첫 판결이다. 이번에 소송을 낸 피해자 중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 위원회'의 운영 기간이 끝나 피해자로 규명을 받지 못한 20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됐다.

한편 연합회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판결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은 항소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홍세미 기자 sayme@law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