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임 병장 첫 공판…"범행동기는 집단 따돌림"
身体
"공소사실 인정…임 병장 부모, 피해 유가족 찾아가 '참회'
"공소사실 인정합니다. 무죄를 주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병영 내 집단 따돌림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것입니다."
18일 오후 2시. 강원 고성 22사단 GOP(일반 전초)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병사 등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임모(23) 병장의 첫 공판이 열린 육군 제1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
70여 석 남짓한 방청석은 임 병장의 첫 공판을 지켜보려는 희생 장병 유족과 피해 장병, 군부대 관계자, 취재진 등으로 가득 메워졌다.
임 병장은 전투복 차림에 흰색 마스크를 쓴 채 헌병에 이끌려 조용히 법정으로 이동해 변호인의 옆자리에 앉았다. 임 병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석의 분위기는 한층 무거워졌다.
한눈에 보기에도 왜소한 체격의 임 병장은 법정의 무거운 분위기를 감지한 듯 고개를 떨어뜨린 채 바닥을 응시했다. 검은 뿔테를 쓴 임 병장의 얼굴은 수척해 보였지만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윽고, 장성급 1명과 군 법무관 2명으로 구성된 재판부의 개정 선언에 따라 공판 절차가 시작됐다.
먼저 재판부는 인정신문을 통해 임 병장의 나이와 계급, 소속 부대, 군번 등을 확인했다. 임 병장은 작은 목소리지만 비교적 또박또박 심문에 답했다.
군 검찰은 군 형법상 상관 살해 등 7가지 죄명으로 기소된 임 병장의 공소 사실을 조목조목 낭독했다.
공소 사실 낭독은 13분간 이어졌다. 공소 사실의 핵심은 임 병장이 수류탄 투척 후 동료 병사들을 추격하면서 조준 사격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무죄를 주장하지도 않았다.
임 병장도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맞습니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대신 변호인은 임 병장의 범행 동기가 병영 내 집단 따돌림 때문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변호인인 집단 따돌림의 증거로 임 병장이 범행 당일 초병 근무를 섰던 '13-8 소초'에서 발견된 캐리커처 그림을 제시했다.
변호인은 "캐리커처 그림은 임 병장의 후임 병사들이 그린 것으로, 임 병장을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희화화했다"며 "일부 그림은 따가운 눈총을 받는 임 병장을 표현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임 병장은 부대 내에서 집단 따돌림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학교 시절부터 '왕따'를 경험한 임 병장이 이른바 '상상 살인'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며 "그러나 그림판의 낙서를 발견한 범행 당일에는 분노를 참지 못해 참상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임 병장의 변호인이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을 각하했다. 군사법원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임 병장에 대한 첫 공판은 40여 분만 오후 2시 40분께 끝났다.
공판이 끝난 뒤 임 병장은 군 헌병대에 이끌려 다시 두 손에 수갑을 찬 채 군용 버스에 탑승했다.
유가족 대표인 권선언(52)씨는 "피해 장병 유가족 모두가 진심으로 임 병장을 용서하고 임 병장을 살려줬으면 한다"며 "그러나 임 병장의 변호인이 이 범행을 집단 따돌림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법정을 찾은 피해 장병 김은현(23·당시 병장)씨도 "평소 조용한 성격의 임 병장은 소초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며 "집단 따돌림도 없었는데 왜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임 병장의 첫 공판에는 임 병장의 부모도 참석했다. 임 병장의 부모는 재판이 끝나고 나서 피해 장병의 유가족들을 찾아가 자식을 대신해 용서와 참회의 눈물을 흘려 주변을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임 병장의 다음 공판은 오는 10월 23일 오전 10시께 열린다.
한편 임 병장은 지난 6월 21일 오후 8시 15분께 고성군 22사단 GOP에서 동료 병사 등을 향해 수류탄을 터뜨리고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지난달 1일 구속 기소됐다.
(원주=연합뉴스)
출처: 저작권자(c) 연합뉴스, 법률신문 [2014-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