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노동3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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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노동3권 보장]
대법원 전원합의체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합법적 체류까지 인정하는 것은 아냐… 단속 및 추방은 계속될 듯
합법적인 체류 비자가 없는 미등록 외국인(이주)노동자들도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25일 내려졌다. 이 판결은 2005년 6월 이주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 만이고, 2007년 2월 항소심 판결 뒤 8년 4개월 만에 확립된 최초의 판례다. 이로써 불법 체류 신분인 외국인 노동자들도 합법적인 노동조합을 통해 임금 체불, 부당 해고, 산업재해 등에 대해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날 판결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취업 자격이나 국내 체류 자체를 합법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불시 단속과 추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노법)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을 인정하라"며 서울지방노동청장을 상대로 낸 노동조합설립신고서반려처분취소 소송 상고심(2007두4995)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가운데 민일영 대법관만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이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고용행위를 금지하고 있어도 이미 제공한 근로에 따른 권리나 근로자로서의 신분에 따른 노동관계법상 제반 권리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취업자격을 갖고 있는지와 관계 없이 타인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은 모두 노동조합법에 따른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강제 퇴거 및 처벌은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고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것일 뿐,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의 근로에 따른 권리나 노동관계법상 제반 권리까지 금지하려는 취지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이 노조를 결성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는 전제에 따라 노조 설립신고서를 반려한 노동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노조 결성이 허용된다고 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취업 자격을 주거나 국내 체류를 합법적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상고심 선고가 8년 4개월 간 미뤄진 데 대해서는 "외국인의 체류나 고용을 둘러싼 분쟁의 증감, 외국인 근로자의 범죄율, 국민의 인식 변화 등에 주목했고 시대적 변화에 맞춰,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의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노조 설립을 허용해도 부작용을 극복할 만한 여건과 국가적 저력을 갖춘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대법원 스스로 '최장기 미제 사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민일영 대법관은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은 장차 근로조건의 향상을 기대할 만한 법률상 이익을 인정하기 어려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함할 수 없고, 불법체류하는 외국인의 고용을 제한하고 강제퇴거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국가가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모순이 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번 사건은 2003~2004년 1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380일간 농성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2005년 4월 이주노조를 창립하고 다음 달 노동청에 노조 설립신고를 냈지만 한 달 만에 반려돼 이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06년 2월 서울행정법원은 "불법 체류자에게 노동3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007년 2월 서울고법은 항소심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 노동3권을 인정받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노동청은 상고했다.
이날 판결 뒤 우다야라이 이주노조위원장과 섹알마문 수석부위원장 등 이주노조관계자들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판결 덕분에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주노동자들이 합법적인 처우와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이주노조를 중심으로 당당하게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세미 기자 sayme@lawtimes.co.kr